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SF
거기에 소재까지 특이하다면 내 취향저격 100퍼센트이다.
이 영화는 그저 기괴하고 보고 나면 기분이 나쁘다나 뭐라나 그런 정도의 후기만 본 뒤 줄거리조차 모른 채 감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뭐야..? 뭐지? 를 반복하게 하는 혼란 그 자체였던 비바리움
마지막까지 도대체 결말이 어떻게 나려고 저러나 하며 집중해서 봤다.
네이버 영화 평점 ★6.84
다음 영화 평점 ★5.6
생각보다 낮은 평점, 확실히 호불호가 정말 갈리는 영화구나 싶었다.
평점이 영화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7점 이하의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이 영화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분명 불호보단 호에 가까울 거라고 예상했다.
평점이 중요하지 않았던 강한 끌림이랄까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비바리움을 리뷰해본다
영화 비바리움(Viarium) 줄거리
새롭게 집을 알아보는 한 커플
정원사 톰과 그의 여자친구 젬마.
톰은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 역을 맡았던 제시 아이젠버그
어쩐지 아는 얼굴이다 했다.
집을 보기 위해 들어온 곳에서 마틴이라는 사람이 톰과 젬마를 맞이한다.
왠지 기계처럼 행동하는 마틴은 조금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
관심 있게 보는 젬마와 달리 특별한 관심이 없어 보이는 톰
그냥 돌아가려고 하는데 마틴이 집이라도 한번 보고 가라고 설득한다.
집을 둘러보는 정도야 뭐, 라는 생각으로 톰과 젬마는 마틴을 따라
'욘더'라는 주거지역으로 이동한다.
집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집이 무척 깔끔하고 마음에 든다.
하지만 둘러보다가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틴은 마치 벌써 계약이 되었다는 듯이 웰컴 샴페인과 딸기를 준비해준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마틴
되돌아가려 차를 끌고 이동해보지만, 아무리 운전을 하고 이동해봐도
끝없이 같은 모양의 집을 지나 다시 마틴이 소개해 준 9번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차를 버리고 걸어서 이동해봐도 톰과 젬마는 욘더의 9번 집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톰은 지붕으로 올라가 동네를 살펴본다.
끝없이 펼쳐진 똑같은 집들과 이상하리만큼 똑같이 생긴 구름들 뿐이다.
계속해서 마틴이 소개해준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톰과 젬마는
이 집을 탈출하기 위해 집을 태워보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니 집은 거짓말처럼 다시 멀쩡해지고..
여길 빠져나가고 싶다면 아이를 키우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그렇게 톰과 젬마는 욘더에 살며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다.
아이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갓난아기에서 벌써 어린이가 되었다.
이 아이는 톰과 젬마의 말을 계속 따라 하고, 배고플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음식을 챙겨주기 전까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데 음식을 가져다주면 그제야 멈춘다.
그 외에도 모든 행동들이 왠지 사람 같지 않고 소름 끼치는 아이다.
아이가 젬마에게 엄마라고 불러도 젬마는 "난 네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등
아이를 매우 싫어하면서도 둘은 욘더를 떠나기 위해 억지로 키워나간다.
톰과 젬마를 위해 아침마다 음식이 배달되는데, 이곳 음식들은 맛이 하나도 없다.
욘더에는 톰과 젬마 이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으며, 밤이 되면 지독한 적막이 흐른다.
맛없는 음식과 고립된 생활, 소리 지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소름 끼치는 아이까지 키우며
둘은 점점 피폐해져만 간다.
지붕에 도와달라는 구조 신호를 보내봐도 소용이 없다.
이후에 점점 화가 난 톰과 젬마는 HELP를 FUCK으로 바꾼다 ^^;
어느 날 톰이 담배를 피우다 정원에 잔디를 태우게 되고, 탄 잔디 아래에 있는 흙을 발견하게 된다.
흙을 파다 보면 어딘가에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한 톰은 그날 이후 미친 듯이 흙을 파기 시작한다.
밤낮으로 땅만 파는 톰 때문에 젬마는 혼자 이상한 아이를 도맡아 키우게 되고,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던 중 톰이 아이 때문에 다쳐 큰일 날 뻔한 일이 일어난 뒤 ,
아이가 밥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참을 수 없던 톰은 아이를 차에 가두고 방치해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미션을 달성해 이곳을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과 모성애가 더해진 젬마가 아이를 구하면서,
톰은 땅을 파고 젬마는 아이를 키우는 이 지긋지긋한 일상이 다시 계속 반복된다.
결말 ( 스포 주의 )
빠르게 자라는 아이는 결국 얼마 뒤 어른이 되었다.
계속해서 땅을 파던 톰은 어느 날 땅 속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게 자신의 운명임을 알게 된다.
어른이 된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톰과 젬마를 집에서 내쫓아버리고,
집을 비우고 어딘가 다녀올 때마다 집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문을 잠가버린다.
이제 젬마와 톰은 아이가 너무 커버려 힘으로 이길 수도 없다.
집에서 쫓겨나 차에서 지내는 젬마와 톰.
매일 미친 듯이 구덩이만 파온 톰의 건강상태가 나빠져 젬마는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보지만
아이는 "풀려날 때가 됐나 보네"라는 말만 한다.
그리고 그날 밤 톰은 9번 집 마당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톰이 죽자 아이가 나타나 죽은 톰의 시체를 비닐 팩에 넣고 태연하게 지금까지 톰이 파놓은 구덩이에 그 시체를 버린다.
충격에 휩싸인 젬마는 그 모습을 보고 오열한다.
그리고 다음 날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젬마는 아침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아이를 기다린 뒤 공격한다.
공격당한 아이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보도블록 아래의 공간으로 몸을 숨겨 버리고 젬마는 그 뒤를 따라가는데,
마치 다른 차원 같은 알 수 없는 그 공간에서 지금까지 욘더에 갇혀 아이를 키워야 했던 수많은 커플들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다 자살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여러 커플들의 모습을 보며 젬마는 다시 9번 집 안으로 떨어진다.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아이는 9번 집에 떨어진 젬마를 또다시 태연하게 비닐 팩에 담는다.
젬마는 비닐 팩에 담기는 순간에도 "난 네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아이는 젬마를 톰의 시체가 있는 구덩이에 버리고, 집을 깨끗하게 다시 정리한 뒤,
젬마와 톰의 차에 기름을 넣어 욘더를 벗어난다.
욘더를 떠나 아이가 도착한 곳은 처음에 톰과 젬마가 집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할 일을 다 끝낸 듯 늙어서 죽어가는 마틴을 비닐팩에 넣어 버린 후,
아이는 그의 명찰을 떼어 자신에게 붙이고 의자 앉아 새로운 커플을 맞이하며 영화가 끝난다.
주관적인 해석 및 주저리주저리
" 뻐꾸기의 습성 "
- 뻐꾸기는 자기 새끼를 직접 기르지 않는다.
줄거리에서 소개하지 않은 영화의 첫 장면이 있다.
바로 영화 타이틀과 등장인물을 보여주며 함께 나온 뻐꾸기 장면이다.
뻐꾸기는 자기 새끼를 직접 기르지 않는다.
그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두고 떠나는 게 끝이다.
그렇게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더하다.
알에서 부화한 이후에 옆에 있는 다른 새끼들과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둥지의 주인은 자기 자식이 죽은지도 모르고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지극정성으로 키워나간다.
이런 상징적인 뻐꾸기의 모습을 영화 초반에 둔 건 이 영화의 흐름을 거의 다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눈치가 빠르다면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톰과 젬마가 곧 집에서 쫓겨나겠구나 알게 될 수도 있다.
뻐꾸기가 다른 새에게 육아를 맡긴 것처럼 어떤 다른 존재가 인간인 톰과 젬마에게 육아를 맡겼다.
영화 내내 아이는 밥을 먹고 싶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데,
영화 초반 뻐꾸기 장면에서 새끼가 밥을 달라고 내는 소리와 매우 비슷하게 연출되었다.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담은 상징인 뻐꾸기로 시작했다.
" 자연의 섭리야. 그냥 이런 일도 생기지. "
- 자연에서는 그냥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처음 나온 새둥지 장면 이후,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들을 보고 한 아이가 아기새들을 걱정하며 슬퍼한다.
그에 대해 자연에서는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며, 이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덤덤하게 아이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런 끔찍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을 때, 젬마는 더 이상 덤덤할 수 없었다.
"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 "
- 초현실적인 욘더의 풍경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골콩드'.
욘더의 풍경을 보면 골콩드가 떠오른다.
모든 집이 똑같이 생기고, 구름마저 똑같이 생긴 곳 욘더.
아무리 빠져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고, 돌고 돌아도 결국 9번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초현실주의 작품을 참고하지 않았나 싶다.
" 이기적 유전자 "
- 뻐꾸기는 이기적 유전자?
영화를 보다 보니, 이기적 유전자가 떠올랐다.
대학시절 교양과목 때문에 읽었던 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자세한 내용이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어쨌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내용.
우리가 먹고, 살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것 모두 유전자의 번식을 위한 행동이다.
우리는 왜 번식을 할까? 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려 하는 것일까.
사실상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인간 개인에게 그다지 도움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왜 아이를 낳으시나요?' 하고 묻는다면 마땅한 대답도 없다.
후손을 남기기 위해..? 후손을 남기는 게 나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된단 말인가.
그저 종의 번식을 위해 그렇게 유도되는 것이다.
영화 속 젬마와 톰을 생각해보자.
젬마와 톰은 원치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게 된다.
이 부분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번식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그 과정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유전자에 의한 반응이라면 결국 우리도 젬과 톰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톰은 결국 아이가 자랄 동안 평생 땅만 파다가 죽게 되고, 젬마 역시 아이를 돌보다 아이가 다 자란 뒤 죽는다.
우린 뻐꾸기라는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톰과 젬마처럼 유전자의 후손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라난 아이가 딱히 하는 것도 없다.
그저 또다시 자신의 후손을 키워줄 새로운 커플을 찾는 것.
어른이 된 뻐꾸기가 다른 둥지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알을 낳는 것과 같다.
뻐꾸기는 이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한다. 그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해서...
" 어쩌면... 욘더는 우리의 현실 세상 "
욘더를 이 세상과 다른 차원의 전혀 새로운 곳으로 볼 수 있을까?
젬마는 아이를 키우면 나갈 수 있다는 탈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를 돌보며 살고,
톰은 새로운 탈출 방법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땅을 판다.
아이를 키우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정신없이 일을 하는 부모의 모습과 어쩐지 오버랩된다.
우리에게 이 세상을 탈출한다는 개념은 없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서 탈출을 위해 했던 행동들과 결국 같은 것이 아닐까?
아이를 기르며 톰과 젬마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
땅을 파느라 아이는 뒷전인 톰과 아이를 도맡아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젬마,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빌딩들을 연상케하는 욘더의 빽빽하게 모인 똑같이 생긴 집들,
이 모든 것을 통해 우리 삶의 어두운 부분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어쩌면 비바리움(vivarium, 사육장) 속에 사는 존재들이 아닐까.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
보고 나면 너무 씁쓸해져서 기분이 썩 유쾌한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아이가 조금... 기괴해서 영화 보는 동안 매우 기분이 나쁘고, 찝찝하다.
아이가 톰과 젬마를 따라 하는 이상행동들과 아이 같지 않은 이상한 목소리, 기계 같은 행동들,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외계인 같은 모습들이 매우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신선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기괴한 SF 영화로 생각하고 봐도 재밌을 것 같고,
우리 현실에 대한 심오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로 생각하고 봐도 재밌을 것 같다.
비바리움 보는 곳
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와 시리즈온에 있다.
넷플릭스만 보는 나는 결국 또 시리즈온 결제 후 감상.
시리즈온에서 구매 시 2500원에 VOD를 소장할 수 있다.
(단, 기간 내 다운로드 완료 시에만 소장 가능)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탠리큐브릭] 시계태엽 오렌지 (1971)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및 결말, 줄거리 (시계태엽 오렌지 다시보기 보는 곳 넷플릭스,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0) | 2021.02.22 |
---|